[우리 문화 우리 풍수 | 토정 이지함 집안의 풍수 실력] |
한음이 부러워한 처갓집 명당 발복 |
오성과 한음. 조선 선조 때 명신(名臣)이자 일화가 많은 친구 사이였던 백사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을 일컫는 말이다. 이 가운데 이덕형과 관련해서는 풍수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이덕형이 토정 이지함의 조카사위이기 때문이다. 토정이 경학뿐만 아니라 천문, 지리, 의약, 복서(卜筮) 등에도 능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훗날 그의 이름과 권위를 빌려서 ‘토정비결’이란 책이 나올 정도였다. 풍수지리와 사주는 물론 관상에도 능했던 토정은 조카인 이산해(훗날 영의정을 지냄)의 딸을 이덕형과 결혼시키도록 했다. 이덕형의 관상이 장차 큰 인물이 될 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덕형은 38세에 좌의정에 올라 죽기 1년 전인 52세까지 영의정과 좌의정을 번갈아 지낸 인물이니 토정의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신묘하였던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토정 가문에서는 토정보다는 그의 형님(이지번)을 비롯해 그 윗대 어른들이 더 천문, 지리, 복서에 능통했다. 토정과 그 일족이 묻힌 곳도 바로 토정의 형님이 잡아놓은 자리라고 한다. 어쨌든 토정 집안의 풍수적 지식이 얼마나 풍부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가의 이러한 집안 내력 때문인지 이덕형은 처가 문중이 명당을 써서 집안이 흥성(興盛)하고 있다고 확신하였던 듯하다. 언젠가 다른 사람들과 명당 발복에 대해 논쟁을 벌이던 이덕형은 한 사람이 풍수의 허황됨을 주장하자 다음과 같이 논박했다(이산해의 14대 후손 이항복 전 예산문화원장의 증언). “명당 발복은 있다. 진혈(眞穴)을 못 찾아서 그렇지, 진혈만 찾으면 발복한다. 우리 처갓집을 보라!” 실제 이덕형은 처갓집의 명당 발복과 관련해 그의 주변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기록[죽창한화(竹窓閑話)]도 전해진다. “내가 일찍이 처갓집 선영이 있는 고만산(충남 보령시 주교면 고정리)에서 지관들의 평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수십년 후에 확인해보니 귀신처럼 맞더라. 풍수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이덕형이 언급한 고만산에는 토정 이지함과 그의 조상, 그리고 토정 아들들의 무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덕형이 풍수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왕조실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 명지관으로 활약하였던 스님 성지(性智)와 빈번하게 교류하였다고 전해진다. 성지 스님은 광해군 때 궁궐의 터를 잡는 데 관여해 광해군의 신임을 얻었으나 광해군의 실각과 더불어 죽임을 당한 지관이었다. 이덕형은 명당을 고르는 일에도 직접 나선 적이 있다. 이덕형의 장인이자 토정의 조카인 이산해가 죽자 충남 예산 대솔면 안골에 안장하는데, 이때 조정에서 예장(禮葬)을 위해 파견한 관리가 바로 이덕형이었던 것. 따라서 이 자리는 토정 가문의 풍수적 지식과 이덕형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산해의 무덤이 있는 마을 입구에는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흙으로 만든 3개의 작은 섬이 있으며, 그 위에 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흔히 이것을 삼신도(三神島)라고 하여 도가(道家)의 흔적으로 본다. “이산해의 글 가운데 선경(仙境)을 동경하는 글이 많아서 삼신도를 만들었다”는 게 이산해 후손의 말이다. 그러나 풍수적 안목에서 보면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흠 없는 명당은 없다’는 뜻이다. 이곳 역시 흠이 적지 않은 곳이라,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삼신도를 세웠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무덤에도 비보(裨補) 풍수가 가능하다는 예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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